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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프랑스, 잉글랜드선수가 카페와 펍으로 달려간 이유 ③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1997~98시즌에 앞서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프리시즌 캠프가 있는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선수단은 2주 동안 격렬한 훈련을 소화했다. 프리시즌 마지막 날 벵거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을 칭찬하며, ‘자유 시간’을 부여했다. 이에 2주 동안 이어진 금주로 술이 고팠던 잉글랜드 선수들은 근처 펍으로 달려간다. 아스널에서 15년을 뛰었던 미드필더 레이 팔러는 후에 인터뷰를 통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혔다. 팔러와 4명의 동료는 미리 점 찍었던 펍에서 생맥주 35파인트(pint, 1파인트는 568ml)를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한다. 첫 2파인트를 원샷 하듯이 마신 선수들은 결국 한 명당 7파인트를 마신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새 술집을 찾아 나선 아스널의 잉글랜드 선수들은 근처 카페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던 프랑스 선수들을 목격했다. 당시 클럽에는 벵거의 영향으로 패트릭 비에이라, 엠마누엘 프티, 질 그리망디 등 여러 명의 프랑스 선수가 소속돼 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팔러는 “올해 우리가 리그에서 어떻게 우승할 수 있을까? 우리(잉글랜드인)는 모두 술에 취해 있고 그들(프랑스인)은 모두 담배를 피우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벵거가 아스널에 오기 전, 클럽을 8시즌 동안 지휘했던 감독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조지 그레이엄이었다. 그는 젊은 선수를 잘 키웠고, 선수 영입에도 탁월했다. 당시 리그 최고의 수비진을 구축했던 아스널은 1부리그 우승 2번, FA 컵, UEFA 컵 위너스 컵 등에서 우승하며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레이엄은 훈련과 경기에서 열심히 할 것을 요구했을 뿐, 경기장 밖 선수들의 행동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이에 주장 토니 아담스는 화요일에 술을 마시는 ‘화요일 클럽’을 만든다. 수요일에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화요일이 선택된 것이다. 영국 축구계에는 “Win or Lose, We Booze(이기든 지든, 술을 마신다)”는 모토가 있을 정도로, 선수들과 음주는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화요일 클럽은 이런 시대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아스널 선수단의 대부분이 이 음주 클럽에 참여했다. 1996년 10월 벵거가 아스날 감독이 되자, 팬들은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외국인 감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역사와 믿음이 잉글랜드 축구계에는 있었기 때문에, 팬들은 더욱더 불안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벵거가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감독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벵거는 학구적으로 축구에 접근했다. 이에 영국 언론은 그에게 "Le Professeur(교수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스포츠 과학, 의학 및 생리학 등에 관심이 많았던 벵거는 클럽 문화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훈련과 경기 준비에 새로운 접근법을 가진 벵거는 화요일 클럽을 중단시켰다. 그는 클럽의 골칫거리였던 음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선수에게 허용된 음주량을 서서히 줄였다. 결국 2004년 선수들의 음주 모임은 전면 금지됐다. 또한 벵거는 사회적으로 담배를 용납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선수는 자신의 명성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선수들의 담배 사랑은 그들의 문화에서 유래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굴뚝(Europe's chimney)”이라고 불릴 정도로 담배 문화가 발달한 국가다. 이 나라에 담배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포르투갈 주재 프랑스 대사였던 장 니코(Jean Nicot)였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nicotine)이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후 프랑스 상류사회에는 ‘코담배(snuff)’가 유행했고, 중하위 계층과 농민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파이프용 담배(smoking tobacco)’였다.프랑스 정부는 1976년 대중교통에서 흡연을 제한한 데 이어, 더 강력한 흡연 금지법을 연이어 도입했다. 이로 인해 흡연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2015년 프랑스 성인의 흡연자 비율은 32%로 여전히 높게 나왔다. 또한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프랑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흡연을 많이 하는 국가라고 한다. 이들의 유별난 니코틴 사랑을 반영하듯 흡연을 즐겼던 프랑스 축구 선수는 꽤 많았다. 프랑스 축구의 “저주받은 세대(칸토나, 파팽 같은 슈퍼스타를 가진 프랑스가 1990, 1994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을 의미)”를 상징하는 다비드 지놀라도 흡연자였다. 폴 스콜스에 의하면 맨유 동료였던 로랑 블랑과 바르테즈는 매일 아침 담배를 한 대 피우기 전까지는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네디 지단은 2002년 유럽연합의 금연 대사로 활약했으나, 2006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전에 앞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목격됐다. 프랭크 리베리는 한술 더 떠 유럽 밤 문화의 성지인 이비자에서 담배와 마리화나를 피우는 장면까지 보여줬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2.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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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축구가 나에게 준 모든 것을 앗아갔다” ②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술과 담배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가장 즐겼던 기호품이다. 술은 기원전 4000년에 시작된 세계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의 기록에 등장한다. 동양의 경우 기원전 1900년에 시작된 황하 문명 때부터 술을 제조했다고 한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전설에도 술 이야기는 나온다.우리는 흔히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끄집어 낼 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무색하게도, 술과 달리 담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시대’를 계기로 담배는 서양에 퍼졌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주술의식 등에 사용하던 담배를 유럽인이 본국에 가져간 것이다. 이후 포르투갈 상인이 담배를 일본에 전했고,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에도 담배가 들어왔다.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담배가 약용으로 쓰였다. 유럽에 담배가 소개된 지 300여 년 동안 담배는 의사가 사용한 보편적인 치료제였다. 심지어 일부 의료 기관은 담배로 65개 이상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며, ‘만병통치약(panacea)’ 같이 취급했다. 동양에서도 오랫동안 담배는 약재로 쓰였다. 폐암은 과거에는 매우 희귀한 질병이었다. 그러한 폐암이 19세기 말 세계적으로 급증했으나, 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하지만 담배회사는 이러한 증거에 이의를 제기하며 음모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담배에 관한 연구를 지연시키고 방해했으며, 허위 정보에 기반을 둔 캠페인도 벌였다. 심지어 담배는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선전됐다. 이러한 허위 정보와 무지 속에 많은 스포츠 스타가 담배를 애용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해 육상의 전설이 된 제시 오웬스, 1954년 5000미터 세계 신기록을 세운 크리스 채터웨이도 애연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흡연에 관한 경고는 계속 나왔지만, 1960년대 후반 미국 의사의 3분의 1 정도만 흡연과 폐암과의 관계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리브스는 첼시에서 데뷔한 첫날부터 담배를 피웠고, 선수 시절 내내 흡연을 즐겼다. 그는 자신이 뛰었던 첼시, 토트넘,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 중 절반은 흡연자라고 밝혔다. 그리브스는 1966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멤버였다. 그에 의하면 당시 대표팀 숙소였던 호텔에서 팀 미팅이 열리면 회의실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고 한다. AFC 아약스와 FC 바르셀로나를 거친 크루이프는 선수와 감독으로 대성공을 거둔 축구계에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74 서독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한 ‘토탈 풋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후에 바르셀로나 감독이 된 크루이프는 토탈 풋볼을 클럽에 이식했고, 이를 바탕으로 ‘티키타카’라는 유명한 축구 전술이 등장하게 된다. 1960년대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각각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라면, 1970년대는 크루이프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울 정도로 지독한 골초였다. 1974 월드컵 결승전 하프 타임 때도 흡연을 즐겼다는 크루이프는 공교롭게도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부진했다. 크루이프가 만약 담배를 멀리했다면 조국 네덜란드에 월드컵 우승을 안길 수 있었을까? 한가지 확실한 점은 현대 축구는 크루이프 시절의 축구와 비교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루이프 같이 담배를 많이 피는 흡연자는 현대 축구에 절대 적응할 수 없다. 1991년 심장수술을 받은 크루이프는 축구공 대신 담뱃갑으로 묘기를 부리는 금연 광고에 출연했다. 광고 속의 크루이프는 인생에서 담배와 축구라는 두 가지 중독을 겪었고, “Football has given me everything in this life; tobacco almost took it all away(담배는 축구가 나에게 준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말하며 멋진 슈팅으로 담뱃갑을 부숴버린다. 그러나 그 후에도 그는 담배를 쉽게 끊지 못했다. 결국 크루이프는 2016년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폐암이었다. 아스날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벵거는 2015년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체스니가 탈의실에서 흡연을 하자 벌금 2만 파운드를 부과했다. 그 후 벵거는 인터뷰에서 자신도 담배를 피운 시절이 있다고 밝혔다. 흡연자들 사이에서 자란 벵거는 담배를 판매한 적도 있고, 특히 그가 군목부를 했던 시기에는 월급을 담배로 받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흡연자가 된 벵거는 초창기 축구 지도자 시절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애용했다. 하지만 벵거는 아스날 감독이 되기 전에 담배를 끊었고,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축구선수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 줄 의무가 있다. 따라서 흡연은 더 이상 개인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팬들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선수들은 현재도 흡연을 즐기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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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가이’ 황희찬 또또 터졌다…구단 새 역사 작성→셰필드에 졌지만 ‘6연속 공격P’

‘더 코리안 가이’ 황희찬(27·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발끝이 또 한 번 번뜩였다. 팀은 패배했지만, 황희찬은 도움 1개를 추가하며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작성에 성공했다.울버햄프턴은 5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라몰 레인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1-2로 졌다. 울버햄프턴의 리그 무패 행진이 5경기(2승 3무)에서 마감됐다. ‘꼴찌’ 셰필드는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쓰라린 패배였다. 전반은 치고받는 양상 속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울버햄프턴은 간간이 셰필드 골문을 위협했는데, 황희찬이 공격의 핵심이었다. 이날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같은 라인에 윙백으로 출격한 넬송 세메두와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세메두가 오버래핑할 때는 황희찬이 간결한 패스로 공격의 혈을 뚫었다. 돌파가 필요한 때에는 과감한 드리블로 셰필드 수비진을 괴롭혔다. 황희찬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간결한 플레이로 동료들의 슈팅을 끌어냈다. 그러나 울버햄프턴은 후반 27분 카메론 아처에게 선제 실점했다. 0-1로 패색이 짙었던 후반 44분, 황희찬의 발끝이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황희찬이 발끝으로 떨궜고, 직후 장리크네르 벨레가르드가 때린 오른발 터닝 슈팅이 골키퍼 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희찬의 시즌 2호 도움. 비록 울버햄프턴은 경기 종료 직전 후반 교체 투입된 파비우 실바가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1-2로 졌지만, 영국 BBC가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 유일하게 좋은 퀄리티를 제공했다”고 할 만치 황희찬의 활약은 돋보였다.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황희찬에게 평점 6.6을 부여했다. 또 다른 매체인 소파 스코어는 센터백 막시밀리안 킬먼과 함께 최고 평점인 7.1을 건넸다. 팀의 패배에도 피치 위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받은 것이다.황희찬은 올 시즌 호조의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부상에 신음했던 여느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은 건강을 유지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건강한 황희찬은 막기 어렵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특히 2023~24시즌에는 유독 강팀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지난 8월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그는 크리스털 팰리스, 리버풀의 골망을 출렁였다. 지난 9월부터는 공식전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작성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입스위치 타운과 리그컵 경기에서 골 맛을 본 황희찬은 맨체스터 시티,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연속 골을 기록했다. 이후 본머스를 상대로 어시스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득점을 신고한 황희찬은 셰필드를 상대로도 도움을 올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앞서 기분 좋은 기록도 세웠다. 황희찬은 지난달 29일 뉴캐슬전 득점으로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인 37라운드 에버턴전에서 골 맛을 본 황희찬은 올 시즌 안방에서 치른 5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다. 종전까지 본인이 가진 홈 5경기 연속골 기록을 6경기로 늘렸다. 1877년 울버햄프턴이 창단한 이래 안방에서 6경기 연속골을 낚아챈 선수는 황희찬이 유일하다. 개인 기록도 EPL에 입성한 이래 최고다. 2021~22시즌부터 EPL에서 활약한 황희찬은 첫 시즌 리그 30경기에 나서 5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27경기에 출전, 3골 1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리그 11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 앞선 두 시즌 본인의 득점·어시스트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어느덧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달성을 목전에 뒀다. 득점 랭킹에서도 황희찬 위에는 엘링 홀란(맨시티·11골) 손흥민(토트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상 8골)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칼럼 윌슨(뉴캐슬·이상 7골) 5명뿐이다. 결정력은 가히 EPL 으뜸이다. 올 시즌 황희찬은 셰필드전까지 포함해 총 17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중 6개가 골문 안으로 향했다. 골문 안으로 향한 슈팅은 100% 득점으로 연결됐다. 그는 헤더, 왼발, 오른발로 각각 2골씩 득점하며 온몸이 무기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황희찬의 최고 무기 중 하나인 과감한 드리블이 이번 시즌에는 세밀함까지 더해졌다. 기록에서 드러난다. 축구 통계 매체 디아더14는 셰필드전 전인 10라운드까지의 EPL 전체 선수의 드리블 성공률을 순위로 매겼다. 최소 18회 이상 드리블을 시도한 선수만 대상이 됐는데, 황희찬은 23회의 드리블을 시도해 16회를 성공했다. 드리블 성공률은 69.9%로 동료인 세메두와 이 부문 1위에 올랐다.단순히 문전에서의 집중력만 좋은 건 아니다. 황희찬은 뉴캐슬전에서 번뜩이는 ‘접기’로 수비수를 완전히 따돌리고 골네트를 출렁였는데, 이 득점이 10월 EPL 이달의 골 후보에 올랐다. 득점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그는 디오구 달롯(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라이언 음뵈모·사만 고도스(이상 브렌트퍼드) 야콥 브룬 라르센(번리) 잭 해리슨(에버턴) 에디 은케티아(아스날) 필립 빌링(본머스)와 함께 이달의 골 후보에 선정됐다. 2021년 울버햄프턴에 입단한 황희찬은 아직 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이달의 골 수상자는 6일까지 EPL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팬 투표와 전문가 투표 결과를 합산해 결정된다. 그야말로 최고의 시즌이다. 황희찬은 지난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손흥민, 홀란과 득점왕 경쟁을 펼치는 것에 관해 “흥민이 형과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리그에 한국 선수 둘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흥민이 형에게 힘이 될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로서 자랑스럽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홀란이 너무 좋은 결정력을 가져서 쉽지 않겠지만, 흥민이 형도 최다 득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도 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 경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득점왕 경쟁에서 여전히 이탈하지 않았다. 아울러 본인의 EPL 최다 골 기록을 깬 황희찬은 ‘커리어 하이’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17시즌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소속으로 12골을 넣은 게 황희찬의 한 시즌 유럽 리그 최다 골 기록이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데다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득점력을 선보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어 새 기록 작성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건강만 유지한다면 득점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맹렬한 기세를 뽐내는 황희찬은 오는 11일 ‘선배’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과 안방에서 마주한다. 무엇보다 황희찬과 손흥민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와중, ‘코리안 더비’가 열리는 점에서 세간의 기대가 크다. 황희찬이 이 경기에서 본인이 세운 구단 홈 경기 연속골 기록을 ‘7’로 늘릴지도 주목된다. 황희찬은 토트넘전을 치른 후 클린스만호에 합류할 전망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싱가포르전 닷새 뒤에는 적지에서 중국과 2차전에 임한다.김희웅 기자 2023.11.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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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제발 축구팬이라면 ‘서포트’와 ‘팔로우’를 구분합시다

전통적으로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은 하나의 클럽을 응원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따랐다.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결혼 서약처럼, 진정한 축구 팬은 한 클럽만 지지하고 성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팬들이 응원하는 클럽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유럽축구연맹(UEFA)에는 프로팀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인 유럽클럽협회(ECA, European Club Association)가 있다. ECA는 2020년 7개국(영국,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브라질, 인도) 축구팬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국가별로 2000명씩, 총 1만4000명이 참여한 이 조사는 현대의 축구팬을 이해하기 위해 실시됐다.ECA의 조사에 의하면 나라마다 팬들이 응원하는 클럽을 선정하는 기준이 달랐다. 영국(UK)의 경우 부모의 영향(30%)이 가장 크게 작용했고, 간발의 차로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보낸 곳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클럽을 응원하게 됐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단지 16%의 영국인이 클럽의 ‘성적’을 따진다고 답했다. 즉 7개국 팬 중 영국이 가장 적은 ‘Glory Hunters(영예 사냥꾼, 성적이 좋은 클럽만 응원하는 사람)’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대표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축구 칼럼니스트 앤드류 버틀러는 2017년 트위터에서 “Is it OK to support more than one football team(한 개 이상의 축구팀을 서포트해도 괜찮나요?)”라는 설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 시작 6시간 만에 1600명 이상이 설문에 응했고, 이 중 76%가 반대 표를 던졌다.흥미로운 점은 조사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두 번째 클럽(second club)’을 갖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 단어 ‘support’와 ‘follow’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ECA는 “클럽을 지지하는(Supporting a club) 사람은 팀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진정한 팬”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반해 “클럽을 따르는 것(Following a club)은 느슨한 관계를 의미하며, 클럽에 일정한 관심을 갖지만 팬은 아니다”고 밝혔다. Follow를 영국인이 즐겨 쓰는 세련된 표현으로 바꾸면 “have a soft spot for”이다. 위에 언급한 트위터를 이용한 조사 결과에서도 보이듯이, 아직도 영국에는 한 클럽만 ‘서포트’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대신 ‘팔로우’하는 ‘second club’을 가지는 것에는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포트’와 ‘팔로우’하는 클럽을 정할 때 지켜야 하는 기준도 있을까? 누구나 동의하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팬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보자. 프리미어리그(EPL)에 속한 A 클럽을 서포트하고 역시 EPL에 있는 B 클럽을 팔로우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리그에 속해 있기 때문에 두 클럽은 필연적으로 맞대결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포트하는 클럽이 EPL에 속해 있다면, 하위 리그 축구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3~4부 리그에 속한 팀을 팔로우 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이 서포트하는 클럽이 런던 동쪽에 위치한 레이턴 오리엔트(Leyton Orient)라고 가정해 보자. 클럽 근처에 몇 년 살았던 인연으로 인해, 필자도 응원했던 레이턴은 런던에서 풀럼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프로구단이다. 하지만 142년의 긴 역사 동안 레이턴이 1부 리그에 속한 적은 1962~63시즌이 유일하다.1980년대 이후 레이턴은 3부와 4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으며, 심지어 2017년에는 세미 프로팀이 주축인 5부 리그로 강등된 적도 있다. 한마디로 천지개벽이 나지 않는 한 레이턴이 1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잉글랜드에는 이런 처절한 성적을 가진 클럽을 응원하는 열성적인 팬층이 꽤 두텁다. 레이턴같이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클럽을 서포트하는 이들 중에는, EPL에 속한 빅 클럽을 팔로우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도 성적이 좋은 클럽을 응원하면서 잠깐의 기쁨을 느낄 순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이외에도 다른 국가나 대륙의 클럽을 팔로우 하는 것도 용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럽대항전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2개의 클럽(예를 들어, 리버풀과 유벤투스)을 동시에 팔로우 하거나 서포트한다면 플라스틱 팬(가짜 팬)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화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듯이, 축구 팬덤(fandom, 팬들의 독특한 습성)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하나 이상의 클럽을 서포트하는 축구팬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알아보자.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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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FC vs. 에버튼’, 비틀즈의 선택은?

리버풀은 잉글랜드의 북서부 머지사이드(Merseyside) 주에 위치한 도시다. 19세기의 리버풀 항구는 세계 물동량의 절반을 담당했고, 한때 리버풀은 런던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석탄에서 석유로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도시는 빠르게 몰락했다. 21세기의 리버풀은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해 암흑기에서 벗어났다. 경제적으로도 르네상스를 맞이한다. 게다가 유럽연합이 리버풀을 2008년 ‘유럽 문화의 수도’로 선정할 만큼, 이 항구 도시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한다.리버풀은 음악과 축구의 진정한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이와 연관된 세계적인 브랜드 2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나는 리버풀FC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밴드 비틀즈다. 따라서 이 두 브랜드가 연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은 비틀즈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비틀즈가 리버풀FC를 지지했는지 여부다. 비틀즈 4명의 멤버는 모두 리버풀 출신이다. 축구의 도시 리버풀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리버풀FC와 에버튼의 연고지다. 이 도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로 하는 질문이 있다. “Are you a red or a blue?(당신은 레드입니까, 블루입니까?)” 즉 리버풀FC(레드)와 에버튼(블루) 중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비틀즈는 과연 레드와 블루 중 누구를 사랑했을까?우선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1965년 빌 샹클리 감독의 리버풀은 FA컵 결승전에 올랐다. 이에 비틀즈는 멤버 전원의 이름으로 샹클리에게 전보를 보내 행운을 빌었다. 이 전보는 지금도 리버풀에 위치한 샹클리 호텔에 전시되어 있다. 1967년 비틀즈는 8집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을 발표했다. 이 앨범 커버 삽화에 들어간 유명인 중 축구 선수는 리버풀FC의 공격수 앨버트 스터빈스(Albert Stubbins)가 유일했다. 커버에 삽입될 유명인 리스트를 결정할 때 링고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3명의 의견이 반영됐고, 존 레논이 스터빈스를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틀즈 역사학자 레이 오브라이언에 의하면 스터빈스가 포함된 이유는 존보다는 리버풀 팬이었던 그의 아버지 알프레드 레논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레논은 앨범 커버에 ‘예수 그리스도’와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도 포함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음반회사 EMI는 이 제안을 거절했는데, 예수의 경우 레논이 과거에 한 인터뷰가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1966년 레논은 런던신문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예수보다 비틀즈에 더 빠져 있고, 기독교 신앙은 쇠퇴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이 발언은 영국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일부 라디오 방송국은 비틀즈의 음악을 틀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취소되었으며, 시위도 벌어져 밴드의 앨범을 태웠다. 이에 레논은 “자신과 밴드를 그리스도와 비교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레논의 경솔한 발언은 결국 그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1980년 12월 비틀즈의 팬이었던 마크 채프먼이 레논을 향해 권총 4발을 쏜 것이다. 채프먼의 살인 동기 중 하나가 ‘레논의 신성모독’이었다.한편 비틀즈는 1970년 그들의 12번째 이자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를 발표했다. 이 앨범의 ‘Dig It’이란 노래에는 “Matt Busby, dig it”이란 가사가 있다. ‘Matt Busby(맷 버즈비)’는 리버풀FC의 선수였기에,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버즈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만든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이렇게 추측만 있을 뿐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구체적 물증은 없다. 게다가 비틀즈가 레드 혹은 블루를 지지한다고 밝히면, 라이벌 클럽 팬들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대중의 기대와 달리, 정답은 ‘비틀즈의 멤버 4명은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이다. 특히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여기에 속한다. 해리슨은 어느 팀을 지지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There are three teams in Liverpool and I prefer the other one(리버풀에는 세 팀이 있고 나머지 한 팀이 더 좋습니다)”라는 애매한 대답으로 특정 팀과 연계되는 것을 피했다.흥미롭게도 링고 스타는 아스날 팬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링고는 런던 출신의 아스날 팬이었던 양아버지와 함께 리버풀에 원정 온 ‘거너스(The Gunners, 아스날의 애칭)’ 경기를 보러 다닌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링고도 열정적인 팬과는 거리가 멀었다. 폴 메카트니는 공개적으로 축구와 연관된 행보를 보인 유일한 비틀즈 멤버다. 가족의 영향으로 블루가 됐다는 폴은 어렸을 때 축구를 즐겼으나, 소질은 없었다.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던 폴은 TV로 축구를 보는 것은 즐기나, 열렬한 팬은 아니라고 밝혔다. 게다가 폴은 웸블리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리버풀 FC에서 선수와 감독을 지낸 케니 달글리시를 만난 이후, 레드도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폴은 기본적으로 블루와 레드 둘 다 응원하지만, 두 팀이 만나며 에버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비틀즈의 멤버 중 리버풀FC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밴드는 분명 축구에 열광하는 도시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비틀즈는 특정 클럽이 아닌 리버풀 도시 자체를 상징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09.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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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맨유-리버풀 130년 라이벌의 시작은 축구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 FC간의 치열한 라이벌 전은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맨유와 리버풀은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각각 20번, 19번 우승했다. 맨유와 리버풀이 리그 2위를 차지한 적은 각각 17번, 15번이다. 맨유가 국내 성적에서 리버풀을 근소하게 앞서지만, 유럽대항전에서의 성적은 리버풀이 더 좋다. 리버풀은 유러피언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 우승한 데 반해, 맨유는 유럽 정상에 3번 올랐다. 맨유와 리버풀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이다. 3번째로 성적이 좋은 팀은 아스날(우승 13번, 2위 10번)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기록에서 두 팀과 차이가 있고, 유럽챔피언에 오른 적도 없다. 게다가 아스날의 연고지는 지리적으로 꽤 먼 런던이다. 그에 반해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불과 35마일(약 56㎞) 떨어져 있다. 맨유와 리버풀이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혹은 리버풀 시의 서북부에 위치한 에버튼과 맨유의 관계는 어떨까? 그들도 서로를 미워할까? 라이벌 관계는 맨유와 리버풀에만 해당하는지 의문을 가진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와 함께 2회에 걸쳐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도시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에 관해 알아보자.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18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경제와 산업분야에서 오랫동안 경쟁했던 라이벌 도시다.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을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라고 칭하는데, 두 도시는 이 시기에 급격한 산업화를 겪었다. 1830년 세계 최초의 도시 간 철도가 완공돼 두 도시를 연결했다. 이 철도는 맨체스터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과 원자재를 리버풀 항구로 신속하게 운송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경제적으로도 흑자였던 이 노선으로 인해 영국의 철도 개발은 탄력을 받게 된다.18세기까지 맨체스터는 영국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18세기 후반 리버풀은 북부 면직물 공장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구 도시로 우뚝 선다. 리버풀은 19세기에 성장을 거듭해 맨체스터를 앞질렀고,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는 대영제국 제2의 도시로 성장한다.한편 19세기 후반 오랜 불황을 겪던 맨체스터 상인들은 상품을 수출입할 때, 리버풀 항구가 부과하는 높은 관세와 두 도시를 잇는 철도 요금에 불만이 많았다. 이에 내륙도시 맨체스터가 물자를 직접 조달할 수 있게 운하를 건설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리버풀은 '멘붕'에 빠졌다. 리버풀의 정치인들은 운하 건설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공사는 이어졌다. 두 도시의 관계도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6년의 공사 끝에 1894년 58㎞ 길이의 ‘맨체스터 선박 운하(Manchester Ship Canal)’가 완공된다.맨체스터가 내륙 항구 역할까지 하게 되자, 통관료 등의 수입이 사라진 리버풀 경제는 불황에 휩싸인다. 항만에서 일했던 부두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없어졌다. 이에 리버풀의 부두 노동자들과 맨체스터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맨유의 전신은 1878년 창단한 뉴턴 히스(Newton Heath) LYR FC다. LYR은 ‘랭카셔 & 요크셔 철도회사(Lancashire and Yorkshire Railway)’의 약자다. 뉴턴 히스는 풋볼 얼라이언스를 거친 후 1892~93시즌부터 풋볼 리그의 1부리그에 합류했다. 이때 철도회사로부터 독립하면서 클럽 이름에서 LYR이 삭제됐고, 190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클럽 명이 바뀐다.에버튼은 1888년 설립한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리그인 풋볼 리그의 창단 멤버다. 에버튼을 공동으로 창단한 존 하울딩은 안필드 구장의 소유자였고, 당시 안필드는 에버튼의 홈구장이었다. 하지만 구장의 높은 임대료에 불만을 품은 에버튼이 구디슨 파크로 보금자리를 옮기자, 하울딩은 비어있는 안필드를 위해 1892년 축구팀을 창단한다. 이 클럽이 바로 리버풀이다. 공교롭게도 뉴턴 히스와 리버풀의 첫 만남은 맨체스터 선박 운하가 완공된 지 3개월 만에 성사된다. 당시 뉴턴 히스는 1부리그 꼴찌인 16등을 기록했고, 리버풀은 2부리그에서 1위를 한 상태였다. 당시에는 자동 승격이나 강등이 없었기에, 두 팀은 단판 승부인 ‘테스트 매치(test match)’를 해야 했다. 운하 건설로 가뜩이나 사이가 나빠진 두 도시의 뉴턴 히스와 리버풀이 승격과 강등을 놓고 운명의 한판 대결을 벌인 것이다. 결과는 리버풀의 2-0 승. 이로써 리버풀은 1부리그로 승격했고, 뉴턴 히스는 2부리그로 강등당한다. 맨유와 리버풀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두 도시의 경쟁 관계와 운하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고 한다. 맨유의 센터백이었던 네마냐 비디치는 2019년 인디펜던트 신문사와의 인터뷰 때 선수들에게 때로는 그런 설명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클럽이 맞붙는 경기의 관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만으로도, 그들에게 이 경기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현재까지 두 클럽은 211번 만났다. 맨유와 리버풀이 각각 82승, 71승을 거뒀고, 무승부는 58번 있었다. 최다 출전 선수는 맨유의 라이언 긱스(48번)이고, 최다 득점자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12골)다. 필자는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여러 번 방문했으나, 끝내 두 클럽의 경기를 직관하지 못했다. 표를 구하기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잉글랜드 축구의 최대 라이벌 전을 직관할 수 있는 행운이 독자 여러분에게 있길 바란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8.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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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링엄 선발’ 레알 마드리드-AC밀란 맞대결 선발 명단 공개 [프리시즌]

‘백곰군단’ 유니폼을 입은 주드 벨링엄이 선발로 나선다.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AC밀란(이탈리아)는 2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로즈 보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사커 챔피언스 투어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펼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명문의 프리시즌 맞대결로 팬들의 이목을 끈다. 마침 두 팀 모두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영입생을 맞이한 상황인 만큼,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먼저 레알은 브라힘 디아즈·호셀루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중원은 주드 벨링엄·페데리코 발베르데·토니 크로스·에두아르도 카마빙가다. 수비진은 루카스 바스케스·에데르 밀리탕·나초 페르난데스·페를랑 멘디, 골문은 안드리 루닌이 맡았다. 새 영입생 벨링엄이 곧바로 선발로 나선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지난 2022~23시즌까지 도르트문트(독일)에서 활약하다, 이번 여름에 레알로 합류했다. 발베르데·카마빙가·벨링엄로 구성된 중원은 레알의 기동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신성 아르다 귈러는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린다.한편 밀란은 크리스티안 퓰리시치·로렌초 콜롬보·주니오르 메시아스을 전방에 배치했다. 중원은 톰마소 포베가·라데 크루니치·루벤 로프터스-치크다. 수비진은 알렉산드로 플로렌치·피카요 토모리·얀 카를로 시미치·다비데 칼라브리아, 골문은 마르코 스포르티엘로가 맡았다. 밀란의 선발 라인업 중에선 퓰리시치, 로프터스-치크가 눈에 띈다. 두 선수는 직전 시즌까지 첼시에서 활약하다, 함께 밀란에 합류했다.한편 이번 사커 챔피언스 투어에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유벤투스(이탈리아)가 경기를 펼친다. 김우중 기자 2023.07.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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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U21 챔피언십 8강 토너먼트, 7월 2일 새벽 1시부터 tvN SPORTS 생중계

유럽 대표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1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국가대항전 UEFA U21 챔피언십 2023(이하 ‘U21 유로’)이 본격적인 8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를 이기고 ‘죽음의 조’에서 1위를 차지한 개최국 돌풍의 주역, 조지아부터 손흥민의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올리버 스킵 등 현역 프리미어리거들이 즐비한 ‘스타군단’ 잉글랜드까지, 짜릿한 이변과 클래스의 증명이 공존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향한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번 대회는 슈퍼스타 대열에 합류를 앞둔 유망주들 중 옥석을 가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선수는, 대회기간 중 이적료만 1,0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을 터뜨린 주인공, 이탈리아의 산드로 토날리다. AC밀란에서 뉴캐슬로의 이적이 확실시되는 그는 득점과는 거리가 있는 3선에서 주로 활약해왔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만큼은 대단하다.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코너킥 어시스트로 만들어낸 첫 골부터,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낸 패스의 시작에도 역시 토날리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획득한 승점으로 이탈리아는 가까스로 조2위에 오르며 본선 진출을 만들어냈다.아스날에서 뛰는 에밀 스미스 로우는 뛰어난 득점력으로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3전 전승을 이끌었고 2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본선 공동 득점 선두에 올랐다. 에밀 스미스 로우는 체코와 이스라엘을 상대로 팀의 2:0 승리를 견인함과 동시에 22-23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부상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을 증명했다. 에밀 스미스 로우와 함께 본선 2득점을 기록한 스페인의 아벨 루이스(SC 브라가)는 크로아티아 전에서 킥오프 20초 만에 골을 터뜨리는 신기록을 세우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오는 7월 2일 일요일 새벽 1시 조지아와 이스라엘의 8강전을 시작으로,이번 대회의 우승국을 가릴 본선 토너먼트의 막이 오른다. 같은 날 새벽 3시 45분에는 스페인과 스위스가, 7월 3일 월요일 새벽 1시에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4강 진출을 걸고 맞대결에 나선다. 8강전의 마지막을 차지한 것은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7월 3일 월요일 새벽 3시 45분에 이들의 결전을 만나볼 수 있다.지난 우승팀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현 상황에서 역대 최다 우승국 이탈리아와 스페인, 조별리그 전승으로 물오른 폼을 선보이는 잉글랜드와 프랑스, 조별리그 2위에서 반등을 노리는 포르투갈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자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조지아와 이스라엘까지. 유럽 최강에 도전하는 8개팀의 모든 여정은 tvN SPORTS를 통해 생중계로 만나볼 수 있다.조용준 기자 2023.06.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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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토토 승무패 21회차, 1등 미적중으로 7억여원의 적중금 다음 회차로 이월

EPL 및 라리가 14경기 대상 축구토토 승무패 21회차 적중결과약 7억원의 1등 적중 상금 다음 회차로 이월…축구토토 승무패 22회차 13일 오전 8시부터 발매 개시EPL 및 라리가 14경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축구토토 승무패 21회차 게임에서 1등이 나오지 않아, 약 7억의 적중 상금이 다음 회차로 이월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경기 및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7경기 등 총 14경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축구토토 승무패 21회차 게임에서 1등이 나오지 않아, 적중금이 다음 회차로 이월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축구토토 승무패 21회차에서 14경기의 결과를 모두 맞혀야 하는 1등은 결국, 적중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로써 1등 총 환급 금액이었던 7억 3,454만 250원의 적중금22회차로 이월됐다. 축구토토 승무패는 1등 적중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대 3개 회차까지 1등 적중 상금이 이월되며, 그 뒤 회차에서는 동일하게 1등 적중자가 나오지 않아도 더 이상의 이월은 이뤄지지 않는다. 1등을 제외한 적중자 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2등(13경기 적중/3명), 3등(12경기 적중/99명), 4등(11경기 적중/1,138명)까지 이번 회차에서 총 1,240명이 적중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21회차의 개별 환급금액은 2등에게는 9,793만 8,700원의 적중금이 지급되고, 3등과 4등의 당첨자는 각각 148만 3,920원과 25만 8,190원을 받을 수 있다. EPL, 라리가 강팀들의 ‘패’ 결과가 펼쳐지며, 참가자들 적중 난항…1년 이내에 적중금 수령 가능이번 21회차에서는 대상경기가 된 EPL과 라리가 모두 다소 의외의 결과들이 펼쳐져 참가자들이 적중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적중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타 회차에 비해 적었고, 반대로 2등부터 4등까지의 적중자들은 타 회차보다 많은 환급 금액을 수령하게 됐다. 먼저, EPL에서는 이번 주 화제의 게임이었던 리버풀(리그 8위)과 아스널(리그 1위)의 대결에서 2-2 무승부 결과가 나왔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EPL 선두에 오르는 등 쾌조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스날 조차도 이번 경기서 안필드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홈 경기에서 9승4무1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첼시(리그 11위)와 울버햄튼(리그 13위)간의 대결에서도 EPL에서의 명성과 업적을 생각한다면, 첼시가 경기를 주도할 확률이 높았지만, 실제 결과는 0-1로 첼시가 패했다. 이어 이번 시즌 상위권에 올라있는 뉴캐슬(리그 3위)도 중위권인 브렌트포드(리그 9위)에게 주말 경기에서 1-2로 무너졌다. 라리가에서도 이변은 계속됐다. 레알마드리드(리그 2위)는 안방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비야레알(리그 5위)에게 3골을 헌납하며, 2-3으로 경기를 내줬다. 베티스(리그 6위)도 카디스(리그 14위) 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있지만, 이번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바야돌리드(리그 17위)와 마요르카(리그 12위)의 맞대결에서는 총 6골이 터지는 등 난전이 펼쳐졌으나, 3-3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동점골과 역전골에 기여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무승부로 인해 노력만큼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양 리그 모두 예상외의 결과가 다수 펼쳐지며, 이번 회차에는 1등이 나오지 않았다"며, "1등 적중상금이 이월된 축구토토 승무패 22회차 게임에는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승무패 21회차 적중에 성공한 축구팬들은 이번 달 10일부터 2024년 4월 11일까지 1년 이내에 전국 토토판매점이나 우리은행 지점에서 적중금을 찾아갈 수 있으며, 이어지는 축구토토 승무패 22회차 게임은 13일 오전 8시부터 발매를 개시해 15일 밤 9시 50분에 발매를 마감한다.축구토토 승무패 각 회차 대상경기의 자세한 경기 분석 내용 등은 공식 온라인 발매사이트 베트맨 내 토토가이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차승윤 기자 2023.04.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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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아스널과 상대한 디나모 모스크바, 15명을 뛰게 했다고?

냉전의 시작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945년 11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첼시와 디나모 모스크바는 친선 경기를 벌였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축구의 대결로도 큰 관심을 끌었던 이 경기는 3-3으로 비겼고, 디나모의 인상적인 경기력에 영국 언론은 찬사를 쏟아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자국 리그의 주요 클럽이 경기를 갖는 토요일 일정을 고수하는 바람에, 디나모의 다음 상대는 웨일스의 카디프 시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웨일스의 탄전 지대, 항만 구역, 제철소 등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카디프를 방문한 디나모를 환영하기 위해 시청에는 소비에트 연방의 상징인 망치와 낫이 걸렸고, 선수단 환영회가 열렸다. 당시 카디프는 젊고 빠른 팀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3부리그 클럽에 불과했다. 카디프는 전반 25분만에 3골을 허용했고, 결국 경기는 디나모의 10-1 대승으로 끝났다. 영국 언론은 자국 축구의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우익 언론은 디나모를 상대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투어를 진행 중이던 디나모는 기존에 합의된 일정을 바꿀 마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잉글랜드 클럽인 아스널과 디나모의 경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스널은 디나모와의 경기를 앞두고 베스트 11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차 대전에 참전한 소속 클럽의 선수들이 아직 팀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스널은 다른 팀에서 선수들을 빌려와 스쿼드에 합류시켰다. 전후 첫 시즌 선수가 부족한 잉글랜드 클럽들이 당시 주로 쓰던 방식이었다.잉글랜드 대표로 정상급 기량을 가진 스탄 모르텐센과 스탠리 매튜스 등이 아스널에 합류하자, 디나모는 크게 항의했다. 이런 반발을 통해 디나모는 자신의 상대 팀이 아스널이 아니라 잉글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디나모 입장에서는 아스널에 졌을 경우에 대비해 변명거리가 필요했고, 이긴다면 소련 축구의 위상은 크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스널의 홈구장인 하이베리는 2차대전 동안 영국군의 공습통제센터로 쓰였고, 나치 독일의 폭격으로 구장 일부는 파손되었다. 이에 아스널은 북런던 라이벌인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디나모와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11월 21일 벌어진 디나모와 아스널의 대결은 축구 역사상 가장 기이한 경기 중 하나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날 경기장에 짙게 깔린 안개(fog) 때문이었다. 원래 런던은 짙은 안개로 악명이 높은 도시지만, 이날 경기장에 낀 것은 대기 오염에 의한 공해인 스모그(smog)에 가까웠다. 사실 짙은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25m가 채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기다린 관중이 너무 많아서 경기가 진행됐다. 킥 오프 30초 만에 디나모가 선제골을 기록했으나, 5만 4000명의 관중 중 이를 본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아스널은 곧 동점을 만들었고 추가골을 연달아 기록해 전반전은 아스널의 3-2 리드로 끝났다. 후반전 20분 정도가 흐른 시점에서 아스널 선수들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다. 디나모가 선수를 교체했지만, 나가야 했던 선수가 계속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 20분 동안 12명의 다나모 선수가 뛴 것이었다. 심지어 경기장에 있던 팬들의 증언에 의하면 디나모는 한때 15명의 선수까지 출전시켰다고 한다. 아스널도 이런 상황을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스널의 조지 드루리는 주먹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됐다. 그러나 슬며시 경기장으로 돌아와 경기 끝까지 뛰기도 했다. 짙은 스모그 때문에 아스널 골키퍼가 골대에 부닥쳐 의식을 잃었고, 부상당한 골키퍼 대신 잉글랜드 관중 한 명이 들어와 대신 골대를 지켰다는 믿기지 않는 보도까지 나왔다. 게다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소련 주심과 영국 선심과의 소통 부족으로 경기는 한마디로 코미디에 가깝게 흘러갔다고 한다. 명백한 오프 사이드가 무시되고 골로 선언되는가 하면, 정당한 페널티 킥이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는 디나모의 4-3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대다수 관중들은 정확한 스코어를 모른 채 경기장을 떠났고, 다음날 신문을 통해 최종 스코어를 확인했다고 한다. 디나모와의 경기가 엄청난 흥행을 몰고 온다는 이유와 더불어 이들을 꺾고 싶었던 FA는 4번째 경기를 주선했다. 다음 상대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연고의 레인저스였다. 레인저스의 홈구장 아이브록스에서 열린 디나모 경기 티켓의 암표는 원래 가격의 10배까지 뛸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한편 영국 언론이 디나모를 대하는 태도도 적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디나모는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리드했으나, 후반에 나온 논란의 페널티 킥 때문에 2-2로 비기는 데 그쳤다. FA는 디나모를 꺾기 위해 다섯 번째 경기를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고자 했다. 이번에는 잉글랜드 대표가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끝내 성사돼지 않았다. 디나모는 4번의 경기를 통해 30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고, 이들이 거둔 성적은 2승 2무에 골득실 +10이었다.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최악인 상태에서 아스널 선수들이 킥 오프 전 일렬로 서있다. 사진=브리티시 무비톤영웅이 되어 귀국한 디나모 선수단은 소련 정부로부터 훈장과 두둑한 상금을 받았다. 디나모의 성공적인 영국 투어로 인해 큰 홍보 효과를 거둔 소련 정부는 후에도 스포츠를 공산주의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게 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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